돌고래에게.
드디어 정말 좋은 소설을 읽고 있어. 요즘 나에게 하루키는 손에 잡히지 않는 책이 되었지.
하루키 소설들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굵직굵직한 장편은 다 읽은거 같지만), 따분해지기 시작했거든.
참 힘든일이지, 들어줘야 하는 긴 이야기를 마주 대한다는 건.
하루키는 참 말이 많아.
'솔라리스', 참 재미나게 읽고 있지. 굉장한 대사가 나와. 들어봐.
" 인간들끼리도 한 가지 문제에 대해 너무나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데, 우리의 이성을 뛰어넘는 저 미지의 대상에 대해서 우리 인간이 어떤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60년대 초반에 나온 이야기임에도 내 구미를 확확 땡기고 있어. 미지의 대상에 대한 고민과 분석들, 스스로의 벽에 갖힌, 인간 근원적인 문제들... 매력을 일일이 나열하기 싫다. 지금은 아직 초반을 읽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자세한 설명은 안할래.
재미있는 사람과는 되도록 오래 같이 있고 싶어지는 마음과 비슷한걸까. 되도록 오래, 천천히 읽고 싶어서 아껴보는 중이지.
그리고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보았어.
옛날 SF들은 관객에게 생각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나봐. 요즘 처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주인공도 없고, 영웅도 존재하지 않아. 그리고 그런 점들이 난 너무 너무 좋아.
마치 친절한 꽃뱀보다, 차가운 미녀가 더 끌리는 이유와 비슷하달까.
생각을 계속 하게 돼. 그리고 장중한 오케스타 선율과 함께 우리를 상상의 바다에 빠지게 하지. 마치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더라.
요즘 헐리웃 영화들이 그러하듯 인물들의 과장된 표정을 통해 영화의 감정선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조용한 가운데 배열되어진 사건에 대해 우리의 인지능력이 감정선을 스스로 잡아내야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방식. 개인의 상상력에 따라 즐길 수 있는거 무궁무진. 아, 너무 좋다.
많이 생각하고 있는 건데, 우리 삶이 영화에서 비명횡사하는 조연배우와 많이 닮아 있다고 봐.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인간은 세상에 없고 주인공들만 살아남는 데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우리를 보면 알 수 있어. 우리들은 은연중에 계속 생각하는거야. '살아남고 싶어'라고. 어떤 형태로든 죽음이 찾아오고 그것이 두렵다는 것이 보편적인 감정 아니겠어.
한가하다면 차분하게 옛날 SF영화나 소설을 읽으면서 여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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