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의 촬영지인 밀양에 간다. 전도연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도시는 들떠 있었다. 밀양에 머무는 이틀, 은밀한 여름 볕이 골목 곳곳에 내렸다. “밀양은 어떤 곳이에요?” 신애(전도연 분)의 음성도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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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한 알 사더니 물에 씻어 먹으면서 ‘맛있다’고 했다 아입니꺼. 청바지에 모자 쓰고 와서 처음에는 전도연인지도 몰랐어예.”
영화의 주무대였던 가곡동 ‘준 피아노’ 앞. 태창슈퍼 주인 아줌마는 영화 촬영이 시작됐던 지난해 9월을 기억했다. “지난 추석 쇨 때쯤 시작해서 올 설 지나서까지 찍었지예. 스태프들이 골목에 앉아 수박도 깨먹고, 여기 동네 주민들도 엑스트라로 나오고 대단했어예.”
밀양역 인근의 가곡동은 여주인공 신애(전도연 분)의 삶터인 ‘준 피아노’가 있던 동네다. 죽은 남편의 고향인 밀양에서 살기로 결심한 신애는 이 2차선 도로변에 피아노 가게를 열고 아들 준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세트였던 ‘준 피아노’는 영화촬영이 끝난 뒤 허물어지고 홀연히 빈터만 남았다. 준 피아노 건너편 약국은 영화 촬영을 위해 자리를 비웠던 서점이 다시 들어왔으며 영화 속 이웃 아줌마들의 아지트였던 의상실은 족발집으로 변했다.
“원래 의상실이 있었다 아입니꺼. 장사가 안 돼 문 닫으려고 하다가 영화 찍는다고 해서 빌려줬지예. 결국은 영화 끝나고 의상실은 문 닫았어예.”
신애의 희망과, 아들을 유괴당한 뒤의 슬픔과 좌절까지 이 가곡동 거리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영화 속에 나왔던 가곡동 상점들은 대부분 간판이 바뀌었지만 뒷골목 밀양남부교회는 그대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신애와 종찬(송강호 분)이 나왔던 대부분의 교회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남부교회 교인들은 실제로 영화 속 엑스트라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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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 카센터’ 그리고 ‘준 피아노’
영화 밀양의 90%가 밀양에서 촬영됐다. 그 흔적은 숨은 그림 찾기처럼 도시의 골목 곳곳에 묻어 있다. 가곡동에서 다리를 건너면 삼문동. 대우아파트 앞 ‘가위 든 남자’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인 미용실 장면이 담긴 곳이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신애의 머리카락을 유괴범의 딸이 잘라주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 촬영됐다.
“전도연씨 한 번 오시면 머리카락을 공짜로 잘라 준다고 스태프한테 넌지시 얘기했었지예. 그 말이 인연이 돼서 정말 중요한 장면을 찍었어예. 가슴 뿌듯합니더.”
이곳 주인 남매인 이국희, 이영숙씨는 영화 속에서 미용실 앞을 지나치는 행인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삼문동에서 영남루로 이어지는 밀양교 앞에는 카페 ‘일마레’가 자리 잡았다. 교인들이 신애의 생일 파티를 열어주던 곳이다.
영화를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창 밖으로 보이던 밀양강과 영남루를 기억할 것이다. 촛불을 끄며 웃던 신애의 해맑은 모습은 아직도 빈 테이블 위에 서려 있다. 일마레는 차 한 잔을 마시며 영화를 추억하거나 밀양의 경치를 감상하기에 좋은 포인트다.
영화 속에서는 종찬이 영남루를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밀양강변에 서 있는 영남루는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이다. 밀양의 상징이고, 밀양시민들의 휴식처인 영남루는 시내에서 은밀히 진행됐던 촬영 장면을 묵묵히 강가에서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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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영화 스태프들은 카센터 장소를 물색하며 밀양 시내 전체를 샅샅이 뒤진 뒤 이곳을 최종 낙점했다. 간판에 붙은 세종고등학교 32기 동기생들은 영화를 위해 여러 역할을 했다. 카센터 주인의 친구인 정연권씨는 극중 종찬 이미지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송강호와 동갑내기인 그는 실제로 송강호와 함께 인근 마트에 옷을 사러가기도 했다. 이들 친구들은 영화 속 카센터에서 커피를 마시던 종찬의 친구들로 직접 출연했다.
“극중 아줌마들이 했던 얘기 있지예. 제사 안 지내려고 교회 가고, 연애하러 교회 가고. 이거 다 우리가 스태프들하고 어울리면서 했던 얘기들 아입니꺼.”
서광 카센터 옆길의 MS 노래방은 신애와 이웃 아줌마들이 가무를 즐겼던 곳이다. 노래방 건너편에는 밀양 시네마가 자리 잡았다. 이곳에서는 영화 <밀양>이 상영 중이다. 건물에는 전도연의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을 축하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영화관 앞을 지나던 이곳 주민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영화 시작하면서 주민들 모아놓고 시사회를 열었는데 솔직히 영화는 재미가 별로던데예. 애 엄마가 전도사 꼬시는 영화 맞지예?” 주민들은 누가 어느 장면에 출연했다, 어느 가게가 어디에 나왔다는 얘기에는 신명을 내다가도 정작 구체적인 영화 얘기를 꺼내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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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번화가는 내일동에 들어서 있다. 밀양의 젊은 청춘들을 볼 수 있는 곳도 이곳 거리다. “밀양이 어떤 곳이냐”는 극중 신애의 질문에 종찬은 이렇게 대답한다.
“경기가 엉망이고, 부산과 가까워 말씨도 부산 말씨고, 인구는 뭐 마이 줄었고….”
이 대사처럼 한때 북적였던 밀양의 옛 번화가는 많이 쓸쓸해졌다. 거리 한 모퉁이 맥도널드 뒤편의 신나라 레코드는 신애가 CD를 훔쳐 가다 발각되는 장면을 찍은 곳이다. 레코드 가게 그 자리에 가수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CD가 꽂혀 있다.
신애는 이 CD를 구해 교인들의 집회 때 틀게 된다. 집회가 열리던 곳이 24번 국도로 빠지는 길에 위치한 긴늪 솔밭이다. 밀양뿐 아니라 대구 등 인근 도시 사람들도 여름이면 이 긴늪 솔밭을 찾는다. <밀양>의 이창동 감독도 학창 시절 밀양 긴늪으로 놀러온 추억이 있었다.
긴늪 솔밭 가는 길의 교동 다래현 손짜장 집은 종찬이 신애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기다리던 곳이다. 주인 김규현씨는 영화 속에서 실제로 손으로 면발을 뽑는 장면을 찍기도 했다.
밀양역 광장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장면이 나왔으며 동사무소에서 아들의 사망신고를 하는 모습은 삼문동 동사무소에서 직원들을 직접 섭외해 촬영했다. 웅변학원 학부모들의 식사장면은 내이동 청오리식당에서 찍기도 했다. 이처럼 밀양의 주민과 거리들이 모두 영화 <밀양>의 조연이 됐고 배경이 됐다.
<밀양>으로 밀양이 급부상했지만 밀양은 이전에 영화 <똥개>와 이문열의 소설 <변경>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똥개>에서 철민(정우성 분)이 비닐봉지를 주렁주렁 들고 장을 보던 곳은 밀양 중앙시장이고 대형 격투신이 펼쳐졌던 곳은 용활터널, 연인과의 산책을 하던 곳은 밀양강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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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충사 역시 인근에 계곡을 끼고 있는 관광지로 웅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사명대사의 유적이 남아 있는 곳으로 그 뒤로 펼쳐진 재약산 사자평은 가을이면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표충사로 가는 1077번 도로변에는 식당과 민박집들이 밀집해 있다.
은밀한 밀양여행은 결국 다시 영화 속 장면으로 '오버랩' 된다. 영화 <밀양>에서 종찬(송강호 분)은 신애(전도현 분)를 흠모하면서도 늘 1m 떨어진 곳에 서 있거나 앉아 있다.
삶에서 ‘볕’이 되는 존재는 늘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존재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또 밀양의 흔적을 더듬고 떠나는 그 순간까지 신애의 질문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밀양은 어떤 곳이에요?”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다”는 종찬의 말로는 다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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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출발→KTX 밀양역→영화 감상→가곡동 촬영지→삼문동, 내이동→중앙시장→밀양강변 산책→저녁식사→내일동 번화가
가는 길
고속철도 KTX와 렌트카를 이용하면 시간과 경비를 줄일 수 있다. KTX는 서울역에서 밀양까지 매 시간 하루 13회 운행된다. 약 2시간 20분 소요. 밀양역 주변에는 렌트카 업체가 여럿 있다. 24시간 대여료 6만원. 1일 가스 사용료 약 1만원. 밀양역 렌트카(055-353-2588), 비즈 렌터카(055-356-9930). 밀양역 앞의 관광안내센터에서 시내 지도를 구할 수 있다. 서울에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를 이용해 밀양IC에서 빠져나온다.
밀양시청 문화체육과(055-359-5641)
오후 일정
영화를 못 봤을 경우 밀양시네마에서 <밀양>을 감상한 뒤 촬영지 투어를 시작한다. 신애가 살았던 가곡동 거리와 교회를 둘러본 뒤 삼문동과 내이동으로 이동해 미용실, 서광 카센터, MS 노래방 등을 찾아본다. 밀양 중앙시장이나 밀양강변에서 산책을 즐겨도 좋을 듯. 각 동네 뒷골목에 차를 세워 놓은 뒤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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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송강호가 전도연과 저녁 식사를 하려 했던 그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교통에서 긴늪 솔밭으로 가는 길에 영화 속에 나왔던 교동 ‘다래현 손짜장’(055-352-1771)이 위치했다. “얼떨결에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는 주인이 직접 손으로 면을 뽑아 자장면을 만들어 준다. 큼지막한 감자와 채송이 버섯이 들어 있는 자장면은 맛이 일품이다. 자장면 4000원.
숙소
밀양시청 서문 앞에 모텔들이 밀집해 있다. 아시아나 모텔, 필 모텔 등이 깔끔한 편이다. 가족끼리 여행이라면 얼음골 초입의 아이스벨리 가족호텔(055-356-2002)이나 단장면의 펜션 물안개 피는 마을(055-352-4300)이나 들꽃향기(055-352-4300)를 이용한다.
2nd day Saturday
표충사→얼음골→가마볼 협곡→점심 식사→영남루→일마레→KTX 이용 서울행
오전일정
밀양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표충사 얼음골 일대를 둘러본다. 표충사(055-352-1070)는 긴늪 사거리를 지나 24번 국도를 이용, 표충사 이정표를 보고 빠져나온다. 표충사에서는 템플스테이도 가능하다. 얼음골(055-359-5640)에서는 천황사 석불좌상, 결빙지, 가마볼 협곡 순으로 둘러본다.
표충사 어른 3000원 주차료 2000원 얼음골 어른 1000원 주차료 2000원
점심
밀양의 별미인 돼지국밥을 먹어본다. 시청과 내이동 일대에 돼지국밥집이 몰려 있다. 시청 서문앞 욱조국밥(055-352-1771)은 사골로 우려낸 육수 맛이 좋다. 이곳 주인장은 종찬의 친구로 영화에 나오기도 했다. 내이동 설봉돼지국밥(055-352-9555)도 명성이 높다. 돼지국밥 5000원. 표충사 들어서는 길의 행랑채(055-352-8927)는 산채비빔밥이 유명하다.
영남루를 둘러본다. 영남루에서 밀양 시내와 밀양강을 여유롭게 감상한 뒤 뒤편 시립박물관, 무봉사, 아랑각 등을 방문한다. 영남루 내부에는 대문장가들의 시문 현판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밀양강과 조화를 이룬 무봉사와 순결을 지킨 아랑의 영정이 봉안된 아랑각도 볼거리다. 시간이 남을 경우 영화 속 생일잔치가 열렸던 강 건너 일마레에서 차 한 잔을 마신다. 영남루는 올해부터 입장이 무료다.
돌아오는 길
승용차로 돌아올 경우 밀양IC에서 빠져나와 대구~부산간 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서울 인근에 주말 정체가 심한 것을 감안하면 KTX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고 빠르다.
/서영진(여행 칼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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